대구의 정치인 김부겸은 늘 부산의 노무현과 비교된다. 엎치락뒤치락하는 10여 명의 차기 대선 주자 반열에도 그의 이름은 꾸준히 올라온다. 1년 6개월 만에 행정안전부 장관에서 정치인으로 다시 돌아가는 김부겸을 만났다. 곧 있을 개각 때 교체 대상으로 거론 된다. 그는 고 노무현 대통령과 자신을 맞세우는 질문에 “노무현은 노무현이고 김부겸은 김부겸”이라면서 “대구의 김부겸은 아직 부산 노무현의 발뒤꿈치도 못 따라간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소신을 말할 때도, 대선 주자로서 부족함을 인정할 때도, 그의 입은 시원시원했다. 인터뷰는 2월 19일 오후 서울 세종로의 정부서울청사 행정안전부 장관실에서 진행했다. 김부겸은 ‘서울의 봄’이 열린 1980년 5월 1만여 명이 모인 서울대 광장에서 운동권 복학생으로 격정적인 연설을 하면서 첫 명성을 얻었다. 고 제정구 의원을 정치적 스승으로 삼아 제도정치권에 들어 와 2000년 이후 경기도 군포에서 세 차례 당선됐고, 2012년 민주당 사상 최초의 대구·경북(TK) 출신 직선 최고위원이 됐다. 탄탄한 경기 군포를 버리고 2012년 대구로 내려오면서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다. 대구 국회의원과 대구시장 선거에서 두 차례 낙선한 뒤, 2016년 대구 수성구에서 첫 더불어민주당의 깃발을 꽂는 데 성공한다.
2019년 2월 19일 김부겸 행안부 장관.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화재 현장 찾은 김부겸 장관. 연합뉴스
(대구 시민의 목소리)
“우리 문디인가” 혹은 “2% 부족”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인터뷰를 하면서 50대 진보·보수 성향 두 사람의 도움말을 들었다. ‘정치인 김부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 아래 그대로 전한다.
진보 성향 대구 시민 대구에서 김 장관만 한 여권 인물이 없다. 수도권 3선 의원 포기하고 자기 결단으로 내려와 대구에 깃발을 꽂았다. 친화력도 탁월하다. 김 장관 덕분에 더불어민주당원들도 여럿 기초의원에 당선됐다. 하지만 아쉬움도 크다. “김부겸이가 우리 ‘문디’(문둥이의 대구 사투리)인가” 하는 의구심이 남아 있다. 한 번 낙선하고 떠나간 유시민 전 장관보다는 낫다 하나, 이 사람이 정말 대구에 뼈를 묻을지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가진 게 많고 똑똑하고 대구에 빚진 것도 없으니까, 오히려 더 아래로 못 내려가는 것 아닌가 싶다. 현안이 있을 때마다 확실한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 문 대통령과도 때로 맞장 뜨는 모습을 보고 싶다. 욕먹더라도 맨 앞에서 대구 사람 설득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보수 성향 대구 시민 진보와 보수를 떠나, 대구에서의 김 장관 이미지가 괜찮다. 뚜렷한 흠이 없다. 보수 쪽에서도 그만한 인물이면 뽑아줄 만하다고 대체로 생각한다. 그만큼 대구에서 김 장관의 지지 기반은 탄탄하다. 자유한국당에 대한 실망감이 여전히 크고, 대구 수성구에서 김 장관과 맞붙을 경쟁자도 없다. 대구시장으로 출마해도 당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다만 대선 주자로는 2% 부족한 느낌이다. 자유한국당에 실망한 정서가 김부겸 지지로 이어진 거지, 김부겸 열성 지지층이 적극적으로 김부겸을 만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부겸의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