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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참패 통합당에 쏟아진 해법 “보수당 발전적 해체해야” “‘진보 우파’로 제 3의 길 찾아야”

행복 한 삶 2020. 5. 6. 14:03

 

총선 참패 통합당에 쏟아진 해법 “보수당 발전적 해체해야” “‘진보 우파’로 제 3의 길 찾아야”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원문보기: 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5061254001&code=910100&nv=stand&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row2_thumb&C#csidxbfc70f11bbe5904a64f87597ffee7bb

 

미래통합당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가운데)과 김재원 정책위의장(왼쪽)이 지난달 20일 총선 패배 뒤 처음으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김영민 기자

미래통합당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가운데)과 김재원 정책위의장(왼쪽)이 지난달 20일 총선 패배 뒤 처음으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김영민 기자


 

“경직되고 과거에 매인 한국 보수정치는 이제 한계를 맞았다.” “통합당은 발전적 해체를 하고 ‘진보 우파’의 길을 가야 한다.”


 

총선에서 최악의 참패를 당한 미래통합당의 재건 방향을 놓고 다양한 해법이 쏟아졌다.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15 총선 평가와 야권의 향후 과제’ 세미나에 참석한 정치학 교수들은 통합당이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를 하지 못하면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보수 먹여살리던 영남연합은 이제 끝났다”

주제 발표에 나선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이번 총선 결과를 ‘야당에 대한 심판’으로 규정했다. 강 교수는 “이번 선거에 야당 심판이란 말이 나온 것을 아주 흥미롭게 봤다”면서 “이미 선거로 심판을 받아 야당이 됐는데, 권력을 잃은 야당을 또 심판한다는 건 결국 탄핵 이후에도 변화하지 않고 권위주의 시대의 보수정치에 머문 세력을 유권자가 다시 응징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번 총선 지역구 정당 득표율을 언급하며 과거 보수정당의 확고한 지역 지지기반이었던 ‘영남연합’이 와해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부산·울산·경남은 영남연합에서 떨어져 나와 독자적으로 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보수가 전국정당으로 남으려면 호남으로 가야 하는데, 보수엔 김부겸·김영춘처럼 지역주의에 맞서는 상징적인 인물이 없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보수가 강조하는 가치인 ‘자유’의 개념 확장을 주문했다. 보수가 그동안 강조한 자유는 ‘반공이 담긴 자유’였고, 상대적으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유의 기본이 되는 시민적 자유나 인권 보호에는 소홀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면서 인권과 자유의 가치를 진보 진영의 전유물처럼 넘겨줘선 안 된다”며 “경제 문제에서도 보수가 ‘작은 정부와 시장경제’만 강조할 게 아니라 경쟁에서 탈락한 약자의 아픔과 고통을 끌어안을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념적 편향에 빠져 1979년부터 1997년까지 18년 동안 권력을 잃었던 영국 노동당을 예로 들며 “지금까지의 보수정치에 한계가 왔다. 통합당은 근본적 자기 변혁 없이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보수 재편을 위해 통합당이 헤쳐모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포용적이고 개방적이고 실용적인 보수가 돼야만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4·15 총선 평가와 야권의 향후 과제’ 세미나가 열렸다.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4·15 총선 평가와 야권의 향후 과제’ 세미나가 열렸다.


■“보수 우파? 이젠 ‘진보 우파’로 가야 한다”

토론자로 나선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통합당의 총선 참패 원인을 ‘중도층의 선택’에서 찾았다. 김 교수는 “총선 결과를 두고 보수가 몰락해 진보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2017년 대선 이후 전국단위 선거를 보면 진보와 보수 성향 유권자 비율은 거의 변화가 없다. 결국 중도층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통합당이 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보수가 중도층의 마음을 얻을 방법으로 정책의 ‘좌클릭’을 언급했다. 그는 “연달아 네 번의 전국단위 선거를 졌다는 건 이제 국민들이 진보가 주장하는 평등·분배·균형 등의 가치에 더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라며 “보수도 자꾸 과거로 돌아갈 게 아니라 시대정신에 입각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진보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탄핵 후 친박(친박근혜계) 세력은 한번도 폐족 선언을 안 했다”며 탄핵에 대한 대국민 사과 등 과거와의 단절 역시 강조했다.


 

김 교수는 보수정당의 진로에 대해 ‘진보 우파’를 제시했다. 현재의 진보·보수 대립 구도 하에선 승산이 없으니 보수가 기존의 안보보수·자유보수의 틀을 넘어 진보 우파라는 ‘제 3의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당에 대해선 ‘발전적 해체’를 주장했다. 그는 “통합당이 현재 같은 상태로는 비상대책위원회든 뭘 해도 존재할 수 없다. 우파정당으로 살아남으려면 대권에 도전할 모든 인사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어떤 기득권도 인정하지 않은 채 경쟁을 벌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당에 협조하고 청년세대 말 들어라”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통합당의 총선 패배 원인을 유권자 인구구조의 변화와 이에 따른 이념분포의 차이에서 찾았다. 그는 “통합당이 2012년 대선에 이겼을 때와 지금은 50·60대 성향이 전혀 다르다”며 “지금의 50·60대 유권자는 탄핵을 통해 정치참여를 하며 재사회화를 거쳤다. 원래는 나이를 먹으며 보수화돼야 하는데 대학 때 시위 경험을 되살리며 이념 성향이 진보적으로 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지금 통합당은 반공당·강남당·태극기당이란 인식이 굉장히 강한데, 이런 틀을 깨지 못하면 2022년에 열리는 다음 대선과 대선 후 바로 3개월 뒤 열리는 지방선거에서도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곧 개원할 21대 국회에서 통합당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여당의 개혁입법에 전향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며 “예전처럼 반대만 하고 시간 끌면서 입법을 막는 전략을 취하면 국민들의 외면을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통합당에서 반복되는 막말 등 문제를 지적했다. ‘통합당 지지자’라고 밝힌 그는 “요즘 ‘샤이 보수’(보수라는 걸 드러내기 부끄러워 하는 지지자)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보수라서 부끄러운 게 아니라 통합당 때문에 부끄러운 것”이라며 “5·18 광주민주화항쟁이나 세월호 참사, 선거부정 의혹제기 등 사회적으로 이미 합의된 내용에 대해 극소수 유튜버에 휘둘리며 자기 진영에 폭탄을 던지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가 교수는 통합당이 지향해야 할 시대정신을 ‘공감·공정·공생’ 등 세 가지 키워드로 제시했다. 그는 “상재 정당을 적으로 생각하는 정치는 지양해야 한다”며 “공생과 상생을 위해 복지·경제·외교 분야에서 정부에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선제적으로 ‘복지를 위한 증세’ 등 진보적 의제를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당의 새로운 리더십에 대해선 “30대 당대표가 나와야 한다. 이번 총선 비례대표도 전부 여성으로 했다면 여성 유권자들에게 어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 교수는 “민주당 지지자들이나 청년들, 이번 선거에 패배한 낙선자들, 그리고 공천을 못 받은 예비후보들을 불러 이야기를 듣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15 총선 평가와 야권의 향후 과제’ 세미나에서 발언하는 윤상현 의원(가운데). 김형규 기자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15 총선 평가와 야권의 향후 과제’ 세미나에서 발언하는 윤상현 의원(가운데). 김형규 기자


 

■“친박과 비박 화해시키고 싶었지만…”

이날 토론회는 무소속 윤상현 의원 주최로 열렸다. 윤 의원은 통합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고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인천 동·미추홀을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윤 의원은 “과학적이지 못한 공천과 지도부의 ‘뺄셈정치’ 때문에 통합당이 총선에 졌다”고 평가했다.


 

윤 의원은 탄핵 이후 사이가 벌어진 당내 친박과 비박 세력을 화해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소득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몇 차례 시도했지만 만나주지 않았다”며 “박 전 대통령이 국민 앞에 사죄하고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막기 위해 뭉쳐서 싸워달라는 메시지를 내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통합당의 진로에 대해 “지지층 확장을 위해선 수도권과 호남 그리고 중도층을 잡아야 한다”며 “지금의 정치적 토양과 언론 환경에서는 (당 안팎에서 최근 논의되는) 1970년대생 경제전문가 대통령이 나오기 힘들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