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만나 이야기 나눈 주민들이 말하는 ‘이유’에는 세 가지였다. 첫 번째 키워드는 박정희다. 정확히 세어보지 않았지만, 주민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정치인이 ‘박정희’다. 경북 주민 다수에게 박정희는 뛰어난 지도자로 인식돼 있었다.
경주에서 청과노점을 운영하는 40대 여성은 “박정희 대통령이 솔직히 정치는 잘했잖아요? 좀 더 했으면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40대인 그가 박정희 시절을 경험한 건 유년시절 몇 년에 불과할 테지만, 그에게 박정희는 “좀 더 했으면”하는 정치인으로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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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5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부산과 김해 시찰하는 모습. 사진=대통령기록관 |
물론 일각에선 ‘세뇌’가 됐다거나 ‘못 배워서’ 그렇다고 힐난한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박정희 이후 정치가 서민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 건 사실이다. 경제는 항상 어렵고, 빈부격차는 계속 벌어졌다. 영덕에서 만난 65살 남성은 “내 젊을 때 일자리 만든다, 일자리 만든다 하던 게 아직 만든다고 한다”고 말했다. 오늘날 정치인들의 공허한 말 보다, 그 시절 따뜻했던 밥 한 공기로 박정희를 기억했다.
따뜻한 밥 한 공기로 박정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정치적 당위로 설득될 턱이 없다. 더구나 근 30년 동안 한국당을 제외한 정당은 경북을 동토(凍土)로 지칭하면서 버려뒀다. 경북 군위는 1995년 지방선거 실시 이후 현재까지 민주당 후보가 단 한 명도 출마한 적 없다. 다른 도시도 ‘0’이 아닐 뿐, 민주당이나 진보정당 후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경북을 ‘동토’로 만들어둔 채 이들은 어디에 있었나? 두 번째 키워드가 여기에서 나온다. 전라도다.
코레일에서 오래 일하다가 은퇴한 60대 김천 주민은 “경상도는 옛날 한나라당 짝대기만 꽂아도 된다잖아. 그거 잘못된 거거든. 그런데 전라도를 보면 또 작대기만 꽂아도 시켜줘야겠고 그런 생각이 들어”라고 말했다. 경북 밖의 사람들은 작대기만 꽂아도 한국당만 지지하는 경북을 이상하다지만, 이들에겐 전라도가 이상하다. 정치권은 경상도와 전라도 대결구도를 부추기면서 자기 이익을 챙겼고, 챙긴다.
6·13 지방선거가 한 달도 채 안 남았지만, 결과는 예상 가능하다. 큰 이변이 없는 이상 경북은 이번에도 한국당을 높은 비율로 지지할거다. 습관적 지지다. 세 번째 키워드가 습관이다. 의성군 농민회장은 단호하게 “투표는 습관”이라고 말했다. 습관은 경북 사람들이 박정희 이후 박정희만큼 뛰어난 정치인을 만나지 못했고, 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이 경북을 동토로 버려둔 채 전라도에 전념하면서 더욱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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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16일 오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구 동구 반야월시장과 북구 칠곡시장을 잇따라 방문했다. 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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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원 뉴스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