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기술 ‘벌크 핀펫’ 특허 가진 국내 중소기업 KIP
아이폰에 해당 특허 사용중인 애플과 사용료 합의해
삼성전자, 미국 법원에서 4400억원 배상 평결받자
배심원 평결 불복신청 뒤 합의 없이 재판 진행중
아이폰에 해당 특허 사용중인 애플과 사용료 합의해
삼성전자, 미국 법원에서 4400억원 배상 평결받자
배심원 평결 불복신청 뒤 합의 없이 재판 진행중
애플 쪽과 케이아이피 쪽 대리인들은 29일 오전 대전 특허심판원에서 열린 애플과 케이아이피와의 특허 무효 심판 구술심리에서 양쪽이 ‘벌크 핀펫’ 특허 사용료에 대해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케이아이피는 애플의 특허 침해 행위에 대해 한국 무역위원회에 제소하면서 해당 특허를 사용하는 아이폰의 수입 금지를 청구한 바 있다. 애플 또한 지난해 한국 특허청에 특허 무효 심판을 제기했다. 하지만 양쪽 간 합의가 이뤄지면서 애플과 케이아이피는 서로 제기했던 소송을 모두 취하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아이피가 특허를 가지고 있는 ‘벌크 핀펫’은 스마트폰과 태블릿피시 등에서 쓰이는 기술인데, 이종호 서울대 교수(전기공학)가 2001년 발명했다. 인텔은 2012년 100억원의 사용료를 내고 이 특허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번에 케이아이피와 애플의 합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인텔과 합의한 2012년 이후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100억원보다 더 많은 금액에 합의했을 것이라는 게 산업계 안팎의 추측이다.
그러나 갤럭시 시리즈 등 모바일 기기에 동일한 특허를 사용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법원에서 케이아이피에 4억 달러(한화 약 4400억원)을 배상하라는 배심원 평결이 내려졌음에도 여전히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관련 기사: [단독] 미국 법원, 모바일 특허 침해 삼성전자에 “4천억원 배상” 평결)
베이징에 있는 중국 애플의 로고. 연합뉴스
특허 사용료를 내지 않기 위한 삼성전자의 ‘버티기’는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됐다. 앞서 삼성전자는 특허를 발명한 이종호 교수가 과거 재직했던 경북대 쪽을 지난해 1월부터 여러 차례 접촉해 ‘특허는 이 교수가 아닌 경북대 소유’라는 소유권 맞소송을 내도록 부추긴 바 있다. (▶관련 기사: [단독] 인텔이 100억 낸 국내 기술, 삼성은 특허료 안내려 ‘꼼수’) 여기에 더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산업통상자원부에 ‘케이아이피가 사업 기술을 무단으로 유출했다’며 혐의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단독] 삼성, 산자부 움직여 ‘특허권 소송상대’ 기술 유출 조사) 그러나 산자부 조사 결과, 케이아이피의 기술 유출은 ‘혐의없음’으로 결론 났다.
한국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무단 혹은 싼 값에 탈취하려는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내더라도 어마어마한 소송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포기하는 일도 잦다. 대기업들은 이런 상황을 이용해 중간에 합의하지 않고 끝까지 가는 이른바 ‘고사작전’을 펼쳐왔다. 삼성전자와 미국에서 특허 침해 소송을 벌이고 있는 케이아이피도 현재까지 소송 비용으로만 100억원을 넘게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