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박근혜 정보경찰, 청와대에 ‘종북 척결’ 영화제작 제언했다
MB·박근혜 정보경찰, 청와대에 ‘종북 척결’ 영화제작 제언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98086.html#csidxa065995578ad83bb903a1be60571b68 
공직선거법 위반 ‘강신명 전 경찰청장’ 범죄일람표 입수
용산참사 다룬 ‘두개의 문’ 노무현 전 대통령 실화 ‘변호인’
개봉 즈음 파장·대응책 담은 보고서 작성…청와대에 보고
“과장된 시대 비판 정부에 부담…다른 이슈와 결합 경계”
용산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두개의 문>(왼쪽)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화를 다룬 영화 <변호인>. 정보경찰은 두 영화의 개봉이 현 정부에 미칠 영향력을 분석해 대응책을 담은 보고서를 청와대에 보고했다.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이 영화 ‘두개의 문’ ‘변호인’ 등이 개봉될 때마다 대응책을 마련해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보경찰은 진보세력이 만든 영화가 시민들의 비판 의식을 끌어올릴 것을 우려해 ‘종북 척결’ 등을 흥행 코드로 하는 영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16일 <한겨레>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의 범죄일람표’를 보면, 정보경찰은 현 정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영화의 파급력 등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했다. 정보경찰은 2012년 6월22일 작성된 ‘사회 비판적 영화 증가, 안보 등 소재 다양화 필요’ 보고서에서 “영화 ‘두 개의 문’ 등 진보 성향 영화에 대해 평론가 칼럼 등을 통해 영화 접근 방식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적 자세를 당부”해야 한다며 “관련 부처에서도 영화의 왜곡된 정보 전달에는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영화 ‘두 개의 문’은 용산 참사를 다룬 독립 다큐멘터리로, 보고서는 영화 개봉 다음 날 작성됐다. 정보경찰은 같은 보고서에서 “영화 등은 진보세력들의 선전 도구로 활용이 용이하나, 우파 영화에 대하여는 부정적 여론이 우세한 상황”이라며 “과장된 시대 비판은 정부에 부담되므로 ‘종북 척결’ ‘안보’ 등 흥행 코드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화를 다룬 영화 ‘변호인’ 개봉을 앞둔 2013년 12월17일에도 정보경찰은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전달했다. 정보경찰은 ‘영화 변호인 개봉을 앞둔 시중 반응 및 전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사전 홍보에 성공했고 출연배우들의 인지도가 높아 흥행 예상”이 된다면서도 “파급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나 다른 이슈와의 결합을 경계할 필요. 영화 개봉 이후 철도·의료 민영화 논란 등과 결합, 여론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는지 여부 등을 지속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적었다. 2013년은 코레일의 수서발 고속철도 자회사 설립과 정부의 병원 자회사 영리 목적 부대사업 허용으로 철도·의료 민영화 등에 대한 반발이 거센 상황이었는데, ‘변호인’ 개봉이 정부 비판 여론에 힘을 실을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정부 시절 국회의원 선거에 불법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강신명(앞)·이철성(뒤) 전 경찰청장이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정보경찰은 영화 외에 도서 등이 사회에 미칠 영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2014년 2월26일 작성된 ‘정부 우수 교양도서, 선정 시스템 개선 긴요’ 보고서에는 “좌파적 시각에서 기술된 도서가 우수교양 도서에 다수 포함되어 논란”이라며 “그릇된 가치관 형성은 물론 좌파 진영의 자금원을 담당할 우려가 있다”고 적었다. 이어 보고서는 “좌파 성향 인사들이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정부의 통제장치가 미비하다”고 원인을 분석한 뒤 “언론과 협조하여 일부 우수교양도서의 정치적 편향성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청와대에 제언했다.
이밖에도 정보경찰이 생산한 보고서에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별 선거 판세 분석을 비롯해,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등 주요 지상파 방송을 비롯한 언론 개입, 보수단체 육성 및 지원, 좌편향 판결 비판 등 사법부 관리 방법 제언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성훈)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벌어진 이같은 정보경찰의 행위가 불법이라고 보고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지난 3일 강신명 전 청장을 구속기소하고,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철성 전 경찰청장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대해 이재정 의원은 “정보경찰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다시는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경찰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경향의 눈
16일 <한겨레>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의 범죄일람표’를 보면, 정보경찰은 현 정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영화의 파급력 등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했다. 정보경찰은 2012년 6월22일 작성된 ‘사회 비판적 영화 증가, 안보 등 소재 다양화 필요’ 보고서에서 “영화 ‘두 개의 문’ 등 진보 성향 영화에 대해 평론가 칼럼 등을 통해 영화 접근 방식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적 자세를 당부”해야 한다며 “관련 부처에서도 영화의 왜곡된 정보 전달에는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영화 ‘두 개의 문’은 용산 참사를 다룬 독립 다큐멘터리로, 보고서는 영화 개봉 다음 날 작성됐다. 정보경찰은 같은 보고서에서 “영화 등은 진보세력들의 선전 도구로 활용이 용이하나, 우파 영화에 대하여는 부정적 여론이 우세한 상황”이라며 “과장된 시대 비판은 정부에 부담되므로 ‘종북 척결’ ‘안보’ 등 흥행 코드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화를 다룬 영화 ‘변호인’ 개봉을 앞둔 2013년 12월17일에도 정보경찰은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전달했다. 정보경찰은 ‘영화 변호인 개봉을 앞둔 시중 반응 및 전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사전 홍보에 성공했고 출연배우들의 인지도가 높아 흥행 예상”이 된다면서도 “파급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나 다른 이슈와의 결합을 경계할 필요. 영화 개봉 이후 철도·의료 민영화 논란 등과 결합, 여론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는지 여부 등을 지속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적었다. 2013년은 코레일의 수서발 고속철도 자회사 설립과 정부의 병원 자회사 영리 목적 부대사업 허용으로 철도·의료 민영화 등에 대한 반발이 거센 상황이었는데, ‘변호인’ 개봉이 정부 비판 여론에 힘을 실을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이밖에도 정보경찰이 생산한 보고서에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별 선거 판세 분석을 비롯해,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등 주요 지상파 방송을 비롯한 언론 개입, 보수단체 육성 및 지원, 좌편향 판결 비판 등 사법부 관리 방법 제언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성훈)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벌어진 이같은 정보경찰의 행위가 불법이라고 보고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지난 3일 강신명 전 청장을 구속기소하고,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철성 전 경찰청장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대해 이재정 의원은 “정보경찰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다시는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경찰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1962년 5월10일 이희호는 정치인 김대중과 결혼했다. 결혼식은 조향록 목사(맨 뒷줄 신랑 신부 사이)의 주례로 서울 종로구 체부동에 있던 외삼촌 이원순의 저택에서 올렸다. 대청마루에서 혼례를 마친 뒤 정원에서 찍은 양가 가족 사진이 남아 있다. 앞줄 신랑 왼쪽에 앉은 이가 신부의 아버지 이용기, 신부 오른쪽에 앉은 이가 큰오빠 이강호다. 둘째 줄 맨 왼쪽에 선 이는 신랑의 비서 조길환, 그 옆 넥타이 맨 이가 신랑의 남동생 김대의이고, 맨 뒷줄 오른쪽 끝이 막내 동생 김대현이다. 사진 김대중평화센터 제공
1971년 대통령 선거 때 장충단공원 유세에 나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 김대중평화센터 제공

출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무기수 김대중, 어떤 고문과 협박에도 신념을 무너뜨릴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에게도 사랑하는 아내가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세 아들이 있었다. 군부독재가 시퍼렇게 날서 있던, 감옥보다 더 감옥같은 세상 속에 가족들을 남겨두고 온 남자에겐 가족들이 걱정스럽고 아팠다. 남편이기에, 아버지이기에 어쩔수 없이 감옥까지 따라온 일상적인 걱정들, 그래서 남자는 그 걱정의 마음들을 편지를 통해 세상 속 가족들에게 전하려 한다.
정권의 감시와 핍박은 날로 극심해서, 때론 편지지가 없어 껌 종이에, 연필이 없어 못으로 꾹꾹 자국을 남겨 가며 몰래 전달하던 편지에는 그래서 그의 정치적 신념만이 아니라 가족을 향한 일상적인 너무나 일상적인 걱정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제 중학생인 아들이 공부는 잘 하는지, TV에 시간을 많이 허비하지는 않는지, 그리고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아비는 늘 걱정이었고 그래서 아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들과 아들을 향한 충고들을 고스란히 편지에 실어 보내고 있었다. 가장을 감옥으로 보내고 남편 없이, 아버지 없이 살아야 했을 가족들에게는 그 편지 몇줄에 담긴 아버지의 마음 만으로도, 그의 부재를 대신할 수 있었으리라.
프랑스의 사상가 로제 가로디는 “사랑이 없이는 혁명도 없다”고 했다. 시대의 어둠을 헤쳐나가는 혁명은 바로 사랑에서 시작된다. 비록 가족과 떨어져 옥중에 있지만, 그로 인해 아버지 없이 살아가고, 아버지 없이 공부해야 하는 중학생 아들에게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선물하고 싶은 아비의 마음처럼 말이다.
지난해 3월 서울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자택에서 이희호 여사가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정지윤 기자

1960년대초 김대중 전 대통령-이희호 여사 가족이 고궁 나들이를 하고 있다.

1971년 4월 제7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로 나선 김대중 후보와 이희호 여사가 시민들에 둘러싸여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1971년 4월 제7대 대통령 선거 유세장에서 김대중 대통령 후보에게 물컵을 건네는 이희호 여사.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희호 여사가 11일 펴낸 자서전 <동행>의 표지.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망명 시절 ‘피플’지에 실린 사진으로, 이 여사는 “남편이 이 사진을 증거로 평소 가사를 많이 도왔다고 주장하곤 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15대 대통령에 취임하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과 그의 부인 이희호 여사. 경향신문 자료사진
1998년 김 대통령 취임 이후 ‘퍼스트레이디’로서도 역대 어느 ‘영부인’들과도 확연히 구분되는 면모를 선보였다.

지난해 3월 서울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자택에서 경향신문 이기수 편집국장(왼쪽)이 이희호 여사에게 지난 2010년 이 여사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선물하고 있다.가운데는 유시춘 작가.정지윤기자

지난해 3월 서울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자택 거실에 김 전 대통령의 생전 사진이 놓여 있다. 정지윤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우리는 오늘 여성을 위해 평생을 살아오신 한명의 위인을 보내드리고 있다”며 “여사님은 ‘남편이 대통령이 돼 독재를 하면 제가 앞장서서 타도하겠다’ 하실 정도로 늘 시민 편이셨고, 정치인 김대중을 ‘행동하는 양심’으로 만들고 지켜주신 우리 시대의 대표적 신앙인, 민주주의자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