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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관문’ 인천공항서 “난민신청자들 가스총 맞고 짐처럼 끌려 나가”
행복 한 삶
2019. 6. 20. 18:11

‘한국 관문’ 인천공항서 “난민신청자들 가스총 맞고 짐처럼 끌려 나가”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98670.html#csidx164265bc59ed784a6f87a34648f07ac 
20일 유엔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
“신변위협에 한국 왔지만, 곤봉에 맞고 수갑 채워져”
“변호사 만나 상담받기도 전에 강제 송환 조처”
난민인권센터가 2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연 ‘출입국항 난민신청자 인권침해 진정’ 기자회견에서 이집트인 모하메드 아보지드(왼쪽에서 두 번째·23)가 발언하고 있다.
이집트인 모하메드 아보지드(23)는 지난해 4월 인천공항에 갇혀 있던 기억을 떠올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국의 첫 관문인 인천공항은 아보지드에게 “극심한 스트레스와 심리적 압박을 느끼게 한 공간”이었다. 아보지드는 2011년 1월 이집트에서 있었던 시민 혁명인 ‘1월 혁명’ 등에 참여한 뒤 시위에 함께 참여했던 친구들이 체포·살해되는 과정에서 카이로에 있는 대학으로 몸을 숨겼다. 하지만 아보지드는 조작된 범죄 혐의들이 적용돼 이집트 군사법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고, 고국을 탈출해 지난해 4월17일 한국으로 망명했다.
한국은 아보지드를 받아주지 않았다. 정치적 망명 신청을 했지만 출입국관리소는 “이집트 대사관을 통해 조회한 결과 아보지드가 제출한 서류는 허위”라며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을 내렸다. 아보지드는 이의 신청을 했고, 출입국관리소로부터 불회부 결정 취소 결정을 받기까지 20일 동안 인천공항의 탑승동을 전전하며 지내야 했다. “항상 추웠고, 슬픔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는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담요, 옷, 음식, 잠잘 곳 없는 곳에서 버틸 수밖에 없었지만, 공항 직원들은 계속해서 탑승을 준비하라고 보채고 심리적 압박을 가했죠.” 아보지드의 말이다. 아보지드는 지난해 5월7일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었지만, 여전히 ‘난민 인정’은 받지 못한 상태로 지내고 있다.
난민인권네트워크는 유엔(UN)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인 2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 열고 “인천공항의 깨끗함과 안락함 이면에 난민들에 대한 비인간적이고 추악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3년 7월부터 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할 수 있는 ‘출입국항 난민신청제도’가 운영된 뒤 난민신청 과정에서 폭력과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공항과 김해공항 등 출입국항에서 난민신청을 하는 난민의 수는 지난해 516명으로 1년 전(197명)에 견줘 2.6배가량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공항에서 이뤄지는 ‘난민심사 회부’ 심사를 통과한 비율은 46.7%밖에 안 된다. 한국에 입국한 난민들은 법무부와 면담 절차를 통해 난민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지만,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은 정식 절차가 아니기 때문에 먼저 ’난민신청을 할 만한 사람인지’를 판단하는 난민심사 회부·불회부 심사를 받아야 한다. 회부 심사를 통과한 사람만 난민신청을 접수할 수 있다.
하지만 공항에서 난민신청자들을 접견했던 변호사들은 출입국항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의 심각성을 토로했다. 마한얼 변호사(사단법인 두루)는 “난민신청자들은 송환되는 과정에서 폭행을 당하고, 가스분사총에 맞아 수갑을 찬 채로 비행기에 짐처럼 실려 간다”며 “지난해 7월에는 곤봉에 맞은 피해자가 울며 때리지 말라고 비는 상황을 가해자가 조롱하는 듯 웃으며 구경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상현 변호사(사단법인 두루)는 “출입국관리법에는 ‘운수업자가 숙식비 등 비용을 부담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항공사들은 법적 의무를 방기하고 있다”며 “법무부나 출입국외국인청, 공항공사도 책임을 항공사에만 넘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는 “공항에 도착해 구금된 난민들에게 변호인 접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있음에도 난민들은 변호사를 만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현행 난민법에는 ‘난민은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는다’고 명시돼 있지만, 사회보장 관련 법령이나 지침에 따른 ‘외국인 제한규정’이 난민 인정자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며 “정부가 난민의 건강보험료 산정 기준을 현실화하는 등 난민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적·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글·사진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