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판 깰 의도 없다’ 신호에도
ㆍ트럼프 받아들이지 않아
ㆍ북 반발에 긴장 고조될 듯
북한이 2006년 10월 이후 지금까지 6차례의 지하 핵실험을 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24일 폐기한 것은 자신들이 공언한 비핵화 조치의 첫발을 뗀 것이다.
비핵화 방안을 둘러싼 북·미 이견으로 불편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행동적 조치’를 한 것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급작스럽게 6·12일로 예정됐던 북·미 정상회담의 취소를 선언하면서 이날 폐기 행사가 의미를 가질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단 이날 폐기 행사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힌 뒤 이를 처음으로 행동에 옮긴 것이다. 비핵화와 관련된 북한의 향후 행동을 파악하는 단서가 될 수 있는 조치다.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대화를 선언하고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남북정상회담을 거쳐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핵실험장 폐기를 이행한 것은 미리 준비된 계획을 하나씩 밟아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밤 급작스럽게 6월12일로 예정됐던 북·미 정상회담의 취소를 선언하면서 핵실험장 폐기 행사가 북·미관계와 한반도 평화구축 작업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북한이 한·미와 신경전을 벌이는 와중에도 예정대로 핵실험장 폐기를 이행함으로써 판을 깰 의도가 없다는 것을 보여줬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폐기 행사에도 불구하고, 북한 비핵화에 대한 비관론이 커질 수도 있다. 애초부터 보수층과 비확산주의자들은 이번 행사가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불과하다고 평가해온 터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용도를 다했기 때문에 어차피 사용불가능한 시설이라는 것이다. 폐기 행사에 핵 전문가들을 초청하지 않은 것은 ‘증거인멸’을 위한 시도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또 북한 핵능력은 이미 더 이상의 지하 핵실험을 할 필요가 없는 단계에 진입했기 때문에 핵실험장 폐기가 ‘미래 핵 폐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