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지방선거 출구조사가 끝나고 난 뒤 홍준표 대표님이 사퇴를 시사하며 하신 말씀입니다.
일이 터진 뒤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한국 정치판에서
지방선거 결과가 좋지 않다고 물러나겠다는 홍대표님의 말씀은
수많은 이들을 감동시켰습니다.
홍대표님의 숭고한 뜻을 모르는 바는 아니겠지만,
저는 홍대표님이 무조건 물러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자한당 패배는 홍대표님 탓이 아닙니다
출구조사 결과 광역단체장과 재보선 국회의원의 대부분을 민주당이 차지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게 과연 홍대표님이 못나서 그런 것일까요?
물론 홍대표님이 모자란 것도 사실입니다만,
자한당의 패배는 각 후보들에게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선거유세가 한창이던 시기, 자한당 후보들은 홍준표 대표님의 지원유세를 거부했습니다.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할 긴박한 순간에 대표님한테 오지 말라고 하다니,
이런 일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수많은 선거를 지켜봤지만, 전 이번 자한당 후보들처럼 오만한 이들을 본 적이 없습니다.
자한당의 몰락은 그때부터 시작된 것인데,
이게 어찌 홍대표님의 책임이겠습니까?

 

둘째, 미국의 배신도 한몫을 했습니다
원래 미국은 홍대표님을 비롯한 보수들이 죽고 못사는, 애정의 대상이었습니다.
미국의 요구는 그게 아무리 무리한 것일지언정 다 들어줬고,
나라의 근간이라 할 전시 작전권마저 계속 미국이 갖고 계시라며 납작 엎드렸지요.
보수단체가 집회를 열 때마다 성조기를 흔들었던 것도
홍대표님의 붉은 마음을 미국 측에 전달하기 위한 의도였습니다.
그럼에도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북미 회담을 지방선거 전날인 6월 12일에 엶으로써
처절한 배신을 자행합니다.
아니, 일주일 전도 아니고 이틀 전도 아닌, 그 전날 회담을 하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이래서 다들 ‘트럼프는 못 믿을 사람’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요,
지구상에서 미국과 맞서 싸워 이길 나라가 몇 없다는 걸 감안했을 때,
이번 선거는 하나마나였습니다.

이건 홍대표님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셋째, 홍대표님은 나름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홍대표님의 활약은 정말 눈부셨습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모토로 삼고 문대통령의 모든 것에 딴지를 거셨고,
심지어 대부분의 국민들이 지지하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온갖 기상천외한 말로 독설을 퍼부으셨지요.
모두가 맞다고 할 때 혼자 아니라고 외친 그 기백 덕분에
많은 이들이 웃을 수 있었고,
네이버 등 포탈들은 수많은 댓글을 수집할 수 있었지요.
선거 직전 여론조사가 자한당에게 불리하게 나올 때마다
“조작이다”라고 단호히 부정하시는 대목에선 저까지 숙연해지더군요.
민주당 대표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홍대표님을 모르는 사람은 이 땅에 없을만큼 열심히 뛴 당신이
왜 선거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한단 말입니까?

 

넷째, 홍대표님의 지지율은 아직도 높습니다
지금까지 민주당 지지자들이 보수당 대표를 지지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홍대표님은 오히려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훨씬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홍대표님이 사퇴의사를 밝힌 뒤 아쉬워하는 이들 대부분이 민주당 지지자라는 사실은
홍대표님이 진보와 보수를 아우를 수 있는 큰인물이란 방증입니다.
게다가 홍대표님은 자한당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분입니다.
아이들 밥을 공짜로 주면 버릇된다고 펄펄 뛰던 홍대표님의 모습을
우리 국민들은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홍대표님이 물러난 뒤 자한당이 덜컥 쇄신이라도 해버릴까봐,
혹시 합리적 보수로 거듭날까봐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부디 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호소드립니다.
홍대표님, 앞으로도 선거는 많이 남았습니다.
2년 뒤엔 국회의원 선거가 있고, 또 2년이 지나면 대통령선거가 있습니다.
그런 선거들을 앞둔 판에 이깟 지방선거에서 졌다고 물러나는 건
좋은 나라를 바라는 우리 국민들의 비극이자
홍대표님 자신의 비극이기도 합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지금 홍대표님의 말씀이 죄다 보도가 되는 건
그 말에 무슨 철학이나 고뇌가 담겨 있어서가 아니라,
홍대표님이 제1야당의 대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홍대표님이 더 이상 대표가 아니라면,
앞으로 더한 말을 해도 매스컴과 국민이 외면하지 않겠습니까?
이거야말로 ‘공지영’ '정미홍'과 더불어 3대 관종으로 꼽히는 홍대표님께
가장 안타까운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립니다.
자한당은 졌지만 홍대표님은 패배하지 않았고,
그 자한당에서 홍대표님은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습니다.
부디 사퇴하는 것만은 말아 주십시오.
그래도 물러나신다면 홍대표님 사퇴방지 국민청원과 법적인 조치는 물론이고
촛불시위까지도 할 생각입니다.
저희가 이렇게 귀찮은 일을 하지 않도록, 제발 자한당 대표로 남아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