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중구 씨지브이(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일자리위원회가 마련한 ‘일상 속 성평등, 차별 없는 일터’ 토크콘서트에는 30여명의 현실 속 ‘김지영’씨들이 모였다. 황예랑 기자
유지영(가명)씨는 지금 스물여덟살이다. 3살, 1살 두 아이의 엄마다. 1년 넘게 다녔던 회사는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 입덧이 너무 심해 그만뒀다. 지영씨는 요즘 재취업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쉽지가 않다. “결혼 전에는 이력서를 넣으면 골라서 면접을 갈 수도 있었는데, 지금은 연락 오는 곳도 거의 없다.”
28일 오후 서울 중구 씨지브이(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10층에는 ‘현실 속의 김지영’ 30여명이 모였다. 최근 판매 부수 100만부를 기록한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 김지영처럼, 이들은 일터에서 겪은 차별을 이야기하며 분노했고 육아와 일을 동시에 떠맡는 현실 앞에 우울해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일자리위원회가 마련한 ‘일상 속 성평등, 차별 없는 일터’ 토크콘서트 자리였다.
여지영(가명)씨는 아이가 3살 때 프리랜서로 전향했다. 당시 다니던 회사에서 지영씨는 유일한 여자 팀장이었다. “새로 온 대표가 급여명세서를 보더니 ‘왜 여자 팀장이 (남자 팀장이랑) 급여를 똑같이 받느냐’고 묻더라. 일부러 그러나 싶을 정도로 중요한 회의를 낮이 아니라 저녁 술자리로 잡기도 했다.” 공공기관에 근무 중인 방지영(가명)씨는 “신입 여직원들에게 ‘성별 상관없이 열심히 일하면 인정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지만 주요 업무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유리벽’이 심각하다”고 절망했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김지영씨를 상담한 정신과 의사의 이런 독백으로 끝난다.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라도 육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여직원은 여러 가지로 곤란한 법이다. 후임은 미혼으로 알아봐야겠다.”
28일 오후 서울 중구 씨지브이(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일자리위원회가 마련한 ‘일상 속 성평등, 차별 없는 일터’ 토크콘서트에는 30여명의 현실 속 ‘김지영’씨들이 모였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공
300인 이상 대기업의 여성노동자는 1990년이나 2016년이나 비슷하게 10명 중 3명꼴이다. “대한민국은 오이시디 회원국 중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라는 소설 속 문장은 현실이다. 강 센터장은 “여러 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지난 30년간 과연 우리 사회가 변화한 것인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왜 아이가 안 태어날까? 오늘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성도 남성도 아이도 행복하지 않은 사회에서 저출산은 당연한 결과 같다.” 유해미 육아정책연구소 육아정책연구실장은 “여성의 임금이 낮으니 아이를 낳으면 (아빠가 아닌) 엄마가 육아휴직하고, 보육서비스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니 여성의 육아휴직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직장과 사회가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조건을 제공해줘야 출산율도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12월 중에 2020년까지 적용될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새로 짜서 발표할 계획이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