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선언서 공약 3장, 한용운이 안 썼다…한국, 헌법에 ‘민주공화정’ 세계 첫 명기”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1919’ 출간 박찬승 한양대 사학과 교수
‘3·1’ ‘임정’ 실증적으로 재조명

“배타적 감정으로 일주하지 말라” “최후의 일인까지 민족의 정당한 의사를 쾌히 발표하라”는 내용의 독립선언서 공약 3장을 쓴 사람이 만해 한용운이 아니라 최남선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동안 독립선언문은 손병희가 대원칙을 잡고, 최남선이 초안을 작성하고, 한용운이 마지막 공약 3장을 추가해 최종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승 한양대 사학과 교수는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1919>(다산초당)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교수는 “공약 3장은 행동지침을 담은 부분이어서 본문에 비해 단호한 문체로 쓰여져 있다. 하지만 민족대표 33인의 경찰·검찰·예심판사·법정 신문기록을 꼼꼼하게 훑어보니 한용운은 일절 손을 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며 “천도교 쪽에서 내용을 주문하고 최남선이 문장을 다듬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1919>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3·1운동 준비부터 임시정부 수립 과정 전체를 실증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눈에 띄는 것은 우리가 기존에 알던 상식을 뒤집는 박 교수의 ‘팩트체크’다. 박 교수는 국가지정기록물로 등록돼 있는 독립선언서의 두 가지 판본 가운데 ‘신문관판’은 3·1운동 당시 만들어진 선언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신문관판이 보성사판과 활자가 전혀 다르고, 띄어쓰기 문장이 현대 문법에 가깝게 표기된 데다, 단어나 문장이 1919년 당시 매일신문에 쓴 최남선의 것과 다르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신문관판이 후대에 다시 조판돼 인쇄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이 4월13일로 잘못 지정돼 있다가 100주년을 앞둔 올해에야 비로소 4월11일로 바로잡힌 것에 대해 “상하이 일본총영사관 경찰부가 상하이 임시정부 문건을 입수해 만든 ‘조선민족운동연감’에 따른 내용인데, 실제 내용을 보면 13일부터 23일까지 일어났던 여러 가지 일이 쓰여져 있다”며 “임시정부 역시 여러 차례 4월11일에 기념식을 해왔다”고 밝혔다.

<1919>를 펴낸 박찬승 한양대 교수가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다산초당 제공
박 교수는 세계 최초로 헌법에 ‘민주공화정’을 명기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밝혔다. 1919년 4월11일 임시의정원에서 통과된 대한민국임시헌장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이라고 명기했는데, 유럽에서도 헌법에 민주공화국이란 용어가 쓰인 것은 1920년 체코슬로바키아와 오스트리아 헌법부터다. 박 교수는 “양반들이 중심이 되는 ‘양반공화국’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국민이 통치하는 민주공화국을 명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한 유명 역사강사가 민족대표 33인이 ‘룸살롱’에서 낮술을 하고 자수한 뒤 변절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된 것에 대해 “민족대표 33인은 자수한 것이 아니라 민중이 무장한 경찰들에게 다치는 것을 우려해 독립선언을 통고했던 것”이라며 “독립선언이 내란죄에 해당돼 사형당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고, 이들은 옥살이로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1919년에 벌어진 일을 해석은 접어두고 실증적으로 정리하고자 노력했다”며 “20세기 한국사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이 1919년이었다. 20세기 한국인이 하나로 똘똘 뭉쳤던 사건은 3·1운동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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