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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중서신- 김대중이 이희호에게

행복 한 삶 2019. 6. 11. 14:33

 

 

 

 

 

 

 

 

 

옥중서신

[출처] 작성자 땡스기브

 

네가 최근 보낸 그림과 편지엽서 그리고 <쿼바디스> 감상문 기쁘게 잘 받아보았다. 네가 언제나 아버지 위해 기도해준 것을 얼마나 기쁘게 생각하는지 모른다. 이번 감상문은 아주 잘 썼다. 책을 읽으면 꼭 그에 대한 자기 생각이 있어야만 읽은 가치가 있다. 책은 죽은 지식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깨닫기 위한 것이다.

지난 1학기 통신부 보고 아버지는 약간 실망했다. 너는 하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니 이번에는 특별히 노력해라. 중학교가 무엇보다 제일 중요하다. 기초가 튼튼해야 그 위에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좋은 건물을 올릴 수 있다.

내가 추천한 ‘정신력을 기르는 책’을 되풀이해서 읽어라. 꼭 네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버지가 권할 때는 깊은 뜻이 있어서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만일 요즈음도 텔레비전에 시간을 많이 보내는지 모르겠다. 야구 중계마다 보고 연속극 빼지 않고 보고 하지 않는지. 만일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야 한다. 초등학교 때와 달라서 이제는 그와 같은 것에 많은 시간을 보내가지고는 결코 공부를 감당해나갈 수 없다. 그리고 <쿼바디스> <대위의 딸> <백범일지> 등은 TV프로 못지않게 재미있고 유익하지 않느냐?

나도 하루도 빼지 않고 너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네가 건강하고 착하고 공부 잘하게 자라서 장래 우리나라와 세계를 위해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 인물이 되기를 아버지가 얼마나 간절히 바라고 있는지 모른다. 너는 반드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인물이 될 것을 믿는다. 언제나 침착하고 확고한 생각으로 모든 일을 생각하고 처리하되 자주 어머니나 형들과 상의하여라. 안녕.

사적인 감상문

출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무기수 김대중, 어떤 고문과 협박에도 신념을 무너뜨릴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에게도 사랑하는 아내가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세 아들이 있었다. 군부독재가 시퍼렇게 날서 있던, 감옥보다 더 감옥같은 세상 속에 가족들을 남겨두고 온 남자에겐 가족들이 걱정스럽고 아팠다. 남편이기에, 아버지이기에 어쩔수 없이 감옥까지 따라온 일상적인 걱정들, 그래서 남자는 그 걱정의 마음들을 편지를 통해 세상 속 가족들에게 전하려 한다.

정권의 감시와 핍박은 날로 극심해서, 때론 편지지가 없어 껌 종이에, 연필이 없어 못으로 꾹꾹 자국을 남겨 가며 몰래 전달하던 편지에는 그래서 그의 정치적 신념만이 아니라 가족을 향한 일상적인 너무나 일상적인 걱정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제 중학생인 아들이 공부는 잘 하는지, TV에 시간을 많이 허비하지는 않는지, 그리고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아비는 늘 걱정이었고 그래서 아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들과 아들을 향한 충고들을 고스란히 편지에 실어 보내고 있었다. 가장을 감옥으로 보내고 남편 없이, 아버지 없이 살아야 했을 가족들에게는 그 편지 몇줄에 담긴 아버지의 마음 만으로도, 그의 부재를 대신할 수 있었으리라.

 

프랑스의 사상가 로제 가로디는 “사랑이 없이는 혁명도 없다”고 했다. 시대의 어둠을 헤쳐나가는 혁명은 바로 사랑에서 시작된다. 비록 가족과 떨어져 옥중에 있지만, 그로 인해 아버지 없이 살아가고, 아버지 없이 공부해야 하는 중학생 아들에게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선물하고 싶은 아비의 마음처럼 말이다.

 

지난해 3월 서울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자택에서 이희호 여사가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정지윤 기자

지난해 3월 서울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자택에서 이희호 여사가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정지윤 기자

 

1960년대초 김대중 전 대통령-이희호 여사 가족이 고궁 나들이를 하고 있다.

1960년대초 김대중 전 대통령-이희호 여사 가족이 고궁 나들이를 하고 있다.

1971년 4월 제7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로 나선 김대중 후보와 이희호 여사가 시민들에 둘러싸여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1971년 4월 제7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로 나선 김대중 후보와 이희호 여사가 시민들에 둘러싸여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1971년 4월 제7대 대통령 선거 유세장에서 김대중 대통령 후보에게 물컵을 건네는 이희호 여사. 경향신문 자료사진

1971년 4월 제7대 대통령 선거 유세장에서 김대중 대통령 후보에게 물컵을 건네는 이희호 여사.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희호 여사가 11일 펴낸 자서전 <동행>의 표지.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망명 시절 ‘피플’지에 실린 사진으로, 이 여사는 “남편이 이 사진을 증거로 평소 가사를 많이 도왔다고 주장하곤 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희호 여사가 11일 펴낸 자서전 <동행>의 표지.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망명 시절 ‘피플’지에 실린 사진으로, 이 여사는 “남편이 이 사진을 증거로 평소 가사를 많이 도왔다고 주장하곤 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15대 대통령에 취임하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과 그의 부인 이희호 여사. 경향신문 자료사진

15대 대통령에 취임하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과 그의 부인 이희호 여사. 경향신문 자료사진

1998년 김 대통령 취임 이후 ‘퍼스트레이디’로서도 역대 어느 ‘영부인’들과도 확연히 구분되는 면모를 선보였다. 

지난해 3월 서울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자택에서 경향신문 이기수 편집국장(왼쪽)이 이희호 여사에게 지난 2010년 이 여사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선물하고 있다.가운데는 유시춘 작가.정지윤기자

지난해 3월 서울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자택에서 경향신문 이기수 편집국장(왼쪽)이 이희호 여사에게 지난 2010년 이 여사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선물하고 있다.가운데는 유시춘 작가.정지윤기자

지난해 3월 서울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자택 거실에 김 전 대통령의 생전 사진이 놓여 있다. 정지윤기자

지난해 3월 서울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자택 거실에 김 전 대통령의 생전 사진이 놓여 있다. 정지윤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우리는 오늘 여성을 위해 평생을 살아오신 한명의 위인을 보내드리고 있다”며 “여사님은 ‘남편이 대통령이 돼 독재를 하면 제가 앞장서서 타도하겠다’ 하실 정도로 늘 시민 편이셨고, 정치인 김대중을 ‘행동하는 양심’으로 만들고 지켜주신 우리 시대의 대표적 신앙인, 민주주의자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