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페미액션 페이스북 페이지.
‘찌찌해방만세’ 행사를 주최한 불꽃페미액션은 1일 페이스북에 “페이스북 코리아가 지난해에 이어 또 천하제일겨털대회와 찌찌해방만세 게시물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불꽃페미액션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이 단체는 지난 30일과 1일 겨털대회 사진과 찌찌해방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하지만 일부 이용자들이 사진이 보이지 않는다고 불꽃 페미액션 쪽에 알려왔고, 페이스북이 두 게시물을 ‘차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페이스북의 차단은 운영진 외의 이용자가 게시물을 볼 수 없도록 비공개하는 조처로, 사실상의 삭제에 해당한다.
불꽃페미액션은 “페이스북이 사실상 ‘삭제’나 다름없는 ‘비공개 조치’를 취했다. 더욱 기만적인 것은 관리자가 아닌 이용자들에게만 게시물이 보이지 않게 차단(비공개) 조치를 했다는 것”이라며 “가슴해방과 겨털대회 게시물을 자의적으로 비공개하고 마치 삭제하지 않은 것처럼 기만한 페이스북 코리아 관계자들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의 차단 해제로, 2일 현재 모든 이용자가 게시물을 볼 수 있는 상태다.
불꽃페미액션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그러나 규정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면 표현의 자유가 훼손될 수 있고 규정을 악용하는 경우도 생겨 개별 사안에 따라 조치의 여부나 수준 등을 판단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시위나 모유 수유 등과 관련된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논란의 여지가 있으면 교육·법률 전문가 등이 규제 여부에 대해 함께 논의한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 커뮤니티 규정을 보면, ‘가려지지 않은 여성의 유두(모유 수유, 출산 및 출산 직후 장면, 유방 절제 수술 후, 유방암 식별, 성 확정 수술 등 건강 또는 시위 행위와 관련된 경우는 제외)'는 커뮤니티에 게시할 수 없다.
불꽃페미액션은 페이스북의 규정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페이스북은 시위나 모유 수유 등 모성적인 모습이나 정치적 이슈와 관련된 경우에만 한정해서 여성의 가슴 사진 게시를 허용한다. 이와 반대로 남성의 가슴 사진은 규제하지 않는다. 이런 규정은 ‘여성의 가슴은 음란하고 성적인 것’이라는 차별적 인식을 조장한다”며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포털사이트나 방송국도 여성 가슴을 노출 규제 대상으로 여긴다. 이런 문제를 총체적으로 짚는 활동을 앞으로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찌찌해방만세’와 ‘천하제일겨털대회’는 지난달 29일 ‘한국여성의전화’가 연 여성주의 축제 ‘페스티벌 킥’에서 불꽃페미액션이 진행한 퍼포먼스다. 이들은 이날 ‘여성의 몸에 부여되는 남성중심적 아름다움과 음란물의 이미지를 내팽개치고 답답한 브래지어를 벗어던지겠다’며 상의를 전부 벗는 ‘찌찌해방만세’ 퍼포먼스를 벌였다. ‘여성의 겨털은 더럽거나 흉측한 게 아니’라며 민소매를 입고 겨드랑이 털을 보여주는 ‘천하제일겨털대회’도 열었다.
불꽃페미액션은 지난해에도 같은 행사를 열고 페이스북에 게시물을 올렸다. 페이스북은 해당 게시물을 ‘나체·성적 행위에 관한 게시물’로 분류해 삭제했고, 불꽃페미액션이 페이스북 코리아 사옥 앞에서 ‘나체 시위’를 벌이는 등 항의한 뒤에야 삭제됐던 사진이 복구된 바 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