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76.79㎡ 기준)는 2016년 12월만 해도 10억8천만원 수준에 거래됐지만, 1년 뒤인 지난해 12월엔 14억5천만원으로 뛰었다. 1년 새 4억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하지만 은마아파트의 공시가격은 같은 기간 8억원에서 9억1200만원으로 1억120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실거래가 상승률 34.3%의 절반에 못 미치는 14% 오른 셈이다. 그렇다면 이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이 부담해야 할 보유세는 얼마나 늘었을까? 지난해엔 재산세·지방교육세·도시계획세 등을 모두 합해 약 222만원을 냈지만, 올해는 종합부동산세와 농어촌특별세 등이 더해져 20% 정도 늘어난 267만원을 내야 한다. 아파트값은 4억원가량 뛰었는데 세부담은 45만원 늘어난 것이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2018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하면서 보유세 부담 수준을 두고 다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강남권을 비롯한 고가주택의 공시가격 상승률이 뛰면서 종부세를 포함한 보유세 부담이 급증했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산정이 실거래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탓에 보유세가 외려 과소 부과돼 조세 형평성이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보유세는 크게 재산세와 9억원 이상 고가주택(다주택자는 합산 6억원 이상)에 부과되는 종부세로 나뉜다. 올해 보유세 부담이 커진 경우는 집값이 뛰면서 안 내던 종부세를 새로 내게 됐거나, 추가 세부담이 많아진 이들이다. 종부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격 9억원을 넘긴 고가주택은 지난해 9만2192채에서 올해는 14만807채로 크게 늘었다. 늘어난 종부세 부과 대상 주택의 대부분은 지난해 집값이 치솟은 서울 지역이다. 결과적으로 과세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는 불만인 셈인데, 공시가격 상승률이 높은 강남구(13.73%)와 서초구(12.7%), 송파구(16.14%), 강동구(10.91%)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현재 공시가격 산정이 실거래가의 60~70% 수준이고 공시가격 상승률이 실거래가 상승률에도 못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지난해 12월 기준 강남4구(동남권)의 실거래가지수 상승률은 전년동월비로 19.46%에 달하지만 공시가격 상승률은 13.79%에 그친다. 서울 전체의 실거래가지수는 1년 전보다 12.58% 상승한 반면 공시가격 상승률은 10.19%에 그친다.
개별 주택으로 보면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국토부 고시를 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97㎡는 2016년 12월 17억원에 거래됐으나, 지난해 12월엔 23억4천만원으로 뛰었다. 1년 새 6억4천만원(상승률 37.6%)이 오른 것이다. 이에 견줘 공시가격은 9800만원(6.8%) 오르는 데 머물렀다. 보유세는 자산가치가 상승하면 누진적으로 올라야 하는데도 공시가격이 왜곡된 탓에 세액이 그만큼 늘어나지 않는 구조다. 이 아파트의 보유세 부담은 1주택자 기준으로 지난해 575만원에서 올해는 60만원(10.4%)가량 오른 635만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에 공시가격이 8억800만원에서 10억2400만원으로 2억1600만원(26.7%) 올라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된 송파구 잠실엘스(84.8㎡)도 실거래가는 이보다 더 큰 폭인 4억4천만원(40.4%·10억9천만원→15억3천만원) 올랐다. 보유세가 225만원에서 336만원으로 49.3% 증가한 것이지만, 만일 전년도 실거래가 반영률(74.1%)을 따라갔다면 올해 공시가격은 11억3천여만원, 보유세 부담은 405만원으로 더 올라야 한다. 공시가격을 한해 전보다도 덜 올린 탓에 실거래가 반영률은 66.9% 수준에 그쳤고, 이에 따라 세금을 69만원 깎아주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기업의 이익이 늘면 법인세를 더 많이 부담하게 되는 것처럼, 보유한 부동산값이 올라서 세금이 늘어나는 것을 두고 ‘세금 폭탄’이라고 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며 “현재 공시가격은 낮은 실거래가 반영률에다 고가주택과 저가주택 간 형평성이 맞지 않는 문제까지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서울 자치구별 아파트의 실거래가 반영률을 전수조사한 결과, 강남구는 64.2%인 반면에 도봉구는 67.9%로 나오는 등 고가 아파트일수록 반영률이 낮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도 “애초 보유세는 누진제를 적용한 다른 세금들처럼 가격이 오르는 것보다 더 빠르게 세금이 오르도록 설계된 것인데, 공시가격이 실제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누진성이 약화돼 조세 형평성이 훼손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정희 국토부 부동산평가과장은 지난달 26일 기자 브리핑에서 “실거래가 반영률을 점진적으로 높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가격 급등 지역은 실거래가 자체가 많이 뛰어서 공시가격을 더 높이면 세부담이 너무 급격하게 늘어나 어렵다. 가격이 안정됐을 때 따라가야 한다”며 “올해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은 전체적으로 예년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