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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의 윤곽’ 인류가 찍었다

행복 한 삶 2019. 4. 11. 06:38

블랙홀의 윤곽’ 인류가 찍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중심의 검은 부분은 블랙홀을 포함하는 블랙홀 그림자이고, 빛나는 부분은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휘어진 빛이다. 지구를 향하는 부분이 더 밝게 보인다. EHT 프로젝트 제공

 

중심의 검은 부분은 블랙홀을 포함하는 블랙홀 그림자이고, 빛나는 부분은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휘어진 빛이다. 지구를 향하는 부분이 더 밝게 보인다. EHT 프로젝트 제공

 

6개 대륙서 8개 전파망원경 촬영 
한국도 참가 국제공동연구 성과

베일에 가려 있던 블랙홀의 윤곽이 국제 공동연구진에 의해 사상 최초로 공개됐다. 사실상 실제 블랙홀의 모습을 인류가 포착했다는 의미로 향후 블랙홀 연구에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전 세계 13개 연구기관으로 구성된 ‘사건지평선 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EHT) 프로젝트 연구진은 10일 오후 10시(한국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7년 4월5일부터 14일 사이 수집된 자료를 토대로 처녀자리 은하단에 있는 M87의 중심부에 존재하는 블랙홀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블랙홀은 지구로부터 5500만광년 떨어져 있으며 무게는 태양 질량의 65억배에 달한다. 블랙홀은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강력한 중력을 갖고 있어 직접 관찰하는 게 불가능하다. 하지만 블랙홀 외곽을 지나는 빛이 휘어지는 과정에서 블랙홀의 윤곽, 즉 ‘블랙홀의 그림자’가 생기며 이번에 이를 파악한 것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연구진은 관측자료 보정과 영상화 작업을 통해 약 400억㎞에 걸쳐 드리워진 블랙홀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또 블랙홀 안팎을 연결하는 사건지평선이 블랙홀 그림자의 2.5분의 1가량임을 밝혀냈다. 연구에는 6개 대륙에서 전파망원경 8개가 동원됐다. 프로젝트 총괄 단장인 미국 하버드대 셰퍼드 도엘레먼 박사는 “인류에게 최초로 블랙홀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며 “천문학 역사상 매우 중요한 발견”이라고 말했다. 

 

■‘400억㎞ 그림자’ 블랙홀 실제 관측 시대 

경계선 포착 ‘과학사 신기원’ 

전 세계 200명이 넘는 인력이 참여한 ‘사건지평선 망원경(EHT)’ 프로젝트 연구진이 블랙홀의 윤곽을 파악하는 데 성공한 것은 블랙홀을 실제 관측해 연구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블랙홀은 다양한 SF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천체지만 실제 관측은 불가능했다. 그동안 영화에 나온 블랙홀 모습은 모두 과학적인 예측을 통해 만들어진 상상도였다. 

 

연구진은 지구로부터 약 5500만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은하단 중심부에 존재하는 거대은하 M87의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을 관측하기 위해 전 지구에 걸친 망원경 8개를 연결, 지구 규모의 가상 망원경을 만들었다. 이 망원경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카페에서 미국 뉴욕에 있는 신문 글자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017년 4월 초 10일간 촬영 
보정·영상화 작업 통해 확인
국내 과학자 8명도 연구 참여
 

 

M87 중심부 블랙홀에 대한 관측은 2017년 4월5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됐으며 원자료를 최종 영상으로 바꾸는 데 필요한 분석은 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천문학연구소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헤이스택관측소가 담당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같은 시각, 서로 다른 망원경을 통해 들어온 블랙홀의 전파신호를 컴퓨터로 통합 분석해 이를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블랙홀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얻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랙홀은 강한 중력을 가지고 있어 블랙홀 안팎을 연결하는 지대인 ‘사건지평선’의 바깥을 지나가는 빛도 휘어지게 만든다. 이 때문에 블랙홀 뒤편에 있는 밝은 천체나 블랙홀 주변의 빛은 왜곡되면서 블랙홀 주위를 휘감게 되는데 이로 인해 블랙홀의 윤곽이 드러나게 된다. 과학자들은 이 윤곽을 ‘블랙홀의 그림자’라고 불러왔다. 

 

연구진이 M87의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을 관측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이 블랙홀이 현재까지 존재가 알려진 블랙홀 가운데 상대적으로 지구로부터 거리가 가깝고 질량이 크기 때문이다. 블랙홀 그림자의 크기는 질량에 비례하기 때문에 질량이 무거울수록 그림자도 더 크다.

 

이번 프로젝트에 한국에서는 천문연구원 소속 연구자 등 8명이 참여했다. 한국이 운영하고 있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과 동아시아우주전파관측망(EAVN)도 연구에 기여했다.

 

EHT 과학이사회 위원장인 네덜란드 래드버드대 하이노 팔크 교수는 “블랙홀의 그림자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측됐지만 직접 볼 수 없었던 것”이라며 “사건지평선에서 빛이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으로 휘어져서 생긴 블랙홀의 그림자는 이 매혹적인 천체에 대해 굉장히 많은 것들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천문연구원 손봉원 박사는 “이번 결과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궁극적인 증명이며, 그간 가정했던 블랙홀을 실제 관측해 연구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면서 “향후 EHT의 관측에 한국의 기여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